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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아페어2

[Vol.13] 완벽한 무음보다 값비싼 소리의 질감 인위적인 침묵의 시대, 메종이 귓가에 남겨둔 미세한 마찰음들 이번에는 소리와 청각에 관한 이야기를 가만히 꺼내보고 싶었어요. 하루 종일 숏폼의 자극적인 배경음악과 도시의 소음에 시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귀가 멍해지는 기분이 들곤 하죠. 그래서인지 요즘은 귀를 꽉 틀어막고 바깥세상을 차단해 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기들이 필수품이 되었더라고요. 그런데 버튼 하나로 주변 소리를 완전히 지워버린 그 숨 막히는 진공 상태에 머물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기보다는 묘한 답답함이 밀려오곤 했어요. 가만히 돌이켜보면 제가 좋아하는 순간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메마른 적막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깊은 밤 모두가 잠든 방 안에서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낡은 시계의 째깍거리는 초침 소리,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 2026. 11. 5.
[Special Vol.2] 모두가 프롬프트를 칠 때, 놀란 감독은 왜 거친 바다로 나갔는가 AI 시대의 스크린과 하이엔드 메종이 지켜낸 손끝의 체온 요즘은 생성형 AI에 프롬프트 몇 줄만 치면 거대한 우주나 신화 속 괴물도 몇 초 만에 뚝딱 그려내는 세상이 되었어요. 다들 효율이나 비용 절감을 이야기하면서, 영화판에서 몸을 갈아 넣는 현장의 수고로움 같은 건 이제 낡은 낭만이라고들 하더군요. 스튜디오에 편하게 앉아 녹색 스크린을 등지고 찍은 다음, 후반 작업에서 매끈한 그래픽을 덧입히는 게 훨씬 빠르고 돈도 아끼는 길이니까요. 그런데 최근 공개된 영화 〈오디세이〉 소식을 보면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스태프들이 여전히 참 지독한 길을 걷고 있구나 싶었어요. 놀란 감독은 안전한 세트장의 인공 수조를 마다하고, 35m짜리 목조선에 배우들을 태워서 스코틀랜드와 모로코의 거친 앞바다로 그냥 밀고 나.. 2026. 10. 22.